주민숙원사업 허울 속 감춰진 의원재량사업비 “견제장치 필요하다”
주민숙원사업 허울 속 감춰진 의원재량사업비 “견제장치 필요하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9.04.0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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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 행사지원에서 특정 법인과 단체 지원까지 '남용 도넘어’...관행 개선되어야

주민숙원사업비라는 명목하에 암묵적으로 쓰여지고 있는 의원재량사업비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어 이를 견제할 제재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예산 가운데 민간보조금 중 예산서상 부기가 명기되어 있지 않은 ‘지방의원 재량사업비’가 있다. 지방의원 재량사업비는 지방의원 1인당 일정 금액의 예산을 포괄적으로 편성해 지역민들의 숙원사업비 명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얼마의 예산이 어디에 쓰여지는지는 알수 없다.

2013년,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에 자치단체들이 예산을 편성할 때, 예산의 구체적 목적과 범위, 지원대상 등을 정하지 않은 포괄 사업비 편성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지자체는 법령 근거 없이 사전에 수요 조사나 사업계획 수립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 개인당 예산을 포괄적으로 편성할 수 없다.

하지만 주민숙원사업이라는 허울 속에 감춰진 의원재량사업비는 여전히 편성되고 있다.

의원재량사업비는 암묵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편성되어야 하는 사업비로 군의회 회기 중 속기록에 남기지 않아야 하기에 의원과 집행부 모두  금기어로 조심할 정도이다.

지난 해 7월 개원한 8대 홍성군의회 의원들에게 올해 배정된 재량사업비는 1인당 2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만 군의원 재량사업비로 배정된 예산이 총 22억원 인 것이다.

문제는 한해 수십억원의 예산이 충분한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문화관광과 소관 의원재량사업비 내역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역의 한 단체에 의원재량사업비(도의원 사업비 포함) 명목으로 총 7명의 의원이 1억여원이 넘는 예산이 집중배정되는가 하면 지역 내 동아리 활동지원에서부터 각종 문화행사 지원 등 일회성 행사지원을 위해 1억여원이 편성됐다. 이로 인해 홍성군 올해 첫 추경에서 문화행사비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한 지역구에 편중된 예산과 특정 법인과 특정 단체에 대한 지원, 특정 단체의 해외연수비용 등 형평성에 맞지 않고 기준과 원칙 없는 선심성 예산편성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초선의원들은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숙원사업에 대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기저기서 아쉬운 소리하며 손 내밀면 내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민숙원사업으로 긴급하게 쓰여져야 할 예산이 사실상 먼저 가져가는 것이 임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분별하게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예산편성을 위해 집행부에서 급박하게 일주일 기한을 두고 예산서를 제출하라는 것도 문제이다. 이에 심도있는 검토를 할 시간적 여유없이 의원들은 숫자를 맞춰 제출하기 급급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군의회 내부에서도 의원 재량사업비가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추경예산 심의과정에서도 적절치 않은 의원사업비로 편성된 예산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지만 심의과정에서 의원사업비로 편성된 예산은 그대로 의결됐다. 이는 의원들 간 서로의 의원사업비에 대해서는 제재하지 말자는 암묵적 합의 때문이다.

의원들은 집행부가 제출한 부적절한 예산에 대해 지적하고 질타하기에 앞서 자신들에게 배정된 예산이 진정 지역민들의 숙원사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쓰여질 수 있도록 신중하게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의원재량사업비는 의원 개개인의 돈이 아닌 군민들이 낸 세금이다.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주민숙원사업비라는 허울 속에 특별보너스를 받은 듯 주머니 쌈짓돈처럼 쓰여 진다면 차라리 폐지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다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불필요한 예산과 선심성 예산은 없는지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의 불투명한 방식이 아닌 투명하게 공개해 주민들이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주민 혈세로 쓰여지는 사업비가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집행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관행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데 의원들 스스로가 자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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