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잔재물 ‘사방사업 표지석’ 존치여부 의견분분
일제 잔재물 ‘사방사업 표지석’ 존치여부 의견분분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9.05.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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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적 의미·교육자료 활용위해 ‘보존’ vs 치욕의 잔재물 ‘제거’

홍성읍 남장리 한 외진 곳에 세워져 있는 표지석
홍성읍 남장리 한 외진 곳에 세워져 있는 표지석
사진- 한건택원장 제공

1938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표지석을 두고 존치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홍성읍 남장리 한 외진 곳에 대략 2m30cm 높이의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4면으로 되어 있는 이 표지석에는 한자로 ‘충청남도 홍성군 홍주면 제2호 구역 소화 13년도 민영사방공사시행지‘라고 쓰여 있고 사방사업 면적이 쓰여있다.

내포문화관광진흥원 한건택 원장에 따르면 일제가 1911년부터 시행했던 사업 중의 하나인 사방사업(사방공사)에 따른 표지석으로 소화 13년의 소화는 일본 연호의 하나로, 쇼와 천황의 통치에 해당하는 1926년 12월 25일부터 1989년 1월 7일까지를 가리키며 13은 서기 1938년을 뜻한다.

한 원장은 “기록을 찾아보니 일부지역에 문서가 남아 있기는 하나 일단 민영으로 사방공사를 한 기록과 논문은 검색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표지석이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것은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표지석을 발견한 한 주민이 일제잔재물이니 철거해야 한다는 민원을 제기해 드러나게 된 것이다.

한 원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아 SNS(페이스북)에 게시하고 제거와 보존에 대한 찬반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민족의식 함양과 역사의식 확립의 교육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제시대 치욕의 잔재물은 모두 제거해야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추사고택 김민섭 학예연구사는 “아픈 역사의 한 부분도 조심스럽게 교육, 연구, 전시에 활용되었으면 한다. 교육자료로 활용해 후대에 잊지 못할 역사로서 가슴에 심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며 ”무작정 제거하기보다는 안내표지판을 세워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던지 다른 장소로 옮겨서라도 보관해야한다. 잔재도 언젠가 역사적, 시대적, 학술적 가치를 지니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심상협 문학평론가는 “프랑스 나치 잔재 청산을 예로 들어 보존해야 한다. 프랑스는 인적 잔재는 철저히 청산하고 단죄했으나 모든 기록과 시설은 역사의 교훈을 새긴다는 의의 아래 보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축제연구소 정신 소장은 “사진자료와 문서로 기록해놓고 철거하고 부셔버리는 게 맞다. 우리의 오래된 것은 다 없애버리고 일제잔재물을 교육에 필요하다고 남기는 것은 일본이 바라는 것이다.”며 “적산가옥을 보면 교육은 커녕 도시재생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니까 일본 수산물을 수입 안해도 750만 한국인이 와서 먹어준다고 비아냥 거리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제거하는 것이 맞다. 치욕스런 좋지 않은 역사는 후손을 위한 교육적인 면에서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찬반의견에 대해 한건택 원장은 “197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민둥산이었고 장마철이 되면 강이 범람하는 일이 잦았다. 어릴 적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사방사업하던 일이 생각난다.”며 “일제는 당시 조선을 영구히 지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 사방사업이 필요했을거라 생각한다. 그것이 조선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을 위한 것이었다고 후세에 알려주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인 것 같다. 그 방법론으로 표지석을 제거 할 것인지 아니면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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