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침체된 농촌지역에 아이들 웃음소리 되살아난 이유는?
고령화로 침체된 농촌지역에 아이들 웃음소리 되살아난 이유는?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9.05.28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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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 어김없이 열리는 장터로 가족단위 관광객 발길 이어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농산물, 먹을거리 등 저렴한 가격 판매

 

구항면 행정복지센터 광장에서는 달력에 표시된 빨간 날(매주 일요일, 공휴일)이면 어김없이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열린다.
구항면 행정복지센터 광장에서는 달력에 표시된 빨간 날(매주 일요일, 공휴일)이면 어김없이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열린다.

홍성군 구항면은 전체인구 3570명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36%(1288명)을 차지하며 초고령화 사회에 속한 농촌지역의 작은 마을이다.

유엔 기준에 따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초고령화 사회를 뜻한다.

고령인구가 많은 만큼 12세 이하 어린이는 전체인구 중 4%(158명)를 차지할 정도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작아진지 오래다.

이런 마을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되살아나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지역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지난 3월 1일 첫 개장한 빨간장터는 구항면행정복지센터 광장에서 지역 농민들이 직접 정성껏 기른 신선하고 우수한 제철농산물과 생필품, 먹을거리 등을 착한가격에 판매하며 지역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빨간장터에서는 아침에 밭에서 바로 수확해온 오이와 머위, 열무 등 제철 채소와 잡곡, 과일, 계란 등 중간유통과정이 없기에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거북이도 쉬어가는 발효풍류마을 주막에서 판매하는 잔치국수와 직접 담근 막걸리 한사발에 잠시 목을 축일 수 있어 주막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또한, 아이들을 위한 에어바운스 놀이시설과 깡통열차 등을 갖춘 키즈공간을 마련해 주부들이 장을 보는 동안 아이들은 신나는 놀이를 즐길 수 있어 입소문을 타고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내포신도시에서 입소문을 듣고 아이들과 함께 장보러 온 이은경(38세)씨는 "단순 장터라기보다는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장 같은 느낌이 든다. 바가지 요금도 전혀 없고 시골의 넉넉한 인심에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싱싱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어 만족하고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 수 있어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처음 빨간 장터를 운영하게 된 것은 대부분 가정의 소비패턴을 보면 쉬는 날 즉, 빨간날(공휴일)에 78%를 소비한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이는 주민 스스로 구항면 핵심과제발굴을 위한 난상토론회를 개최해 수차례 논의 끝에 결정하게 됐다는데 그 의미가 더 크다.

구항면빨간장터 추진위원회 전병환 위원장은 “지역 내 마트에서 사용한 카드 매출에 대한 자료를 분석해보니 평일에는 22%를 사용한데 비해 주말과 공휴일에 78%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현재 지역 내에서 일자별로 열리는 장날에는 평일이 많아 사실상 맞벌이 하는 주부들이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빨간장터 개장 소식에 활성화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농가들이 이제는 앞 다퉈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나오고 있다.

개장한지 3개월여가 된 현재, 35개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바쁜 농번기가 지나면 더욱 확대되어 유기농 농산물을 포함한 186개 농가가 함께 하기로 했다.

구항면 벌리에서 손수 지은 농산물을 가지고 나온 장종순(80세)씨는 “전에는 농사지어 판매할 생각은 못하고 먹다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빨간장터가 마련되어 용돈벌이도 하고 손주들 과자도 사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무엇보다도 아이들 웃음소리가 그쳤던 마을에 신나게 뛰어놀며 밝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에 저절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주로 지역의 소농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으며 구항면 뿐만아니라 서부면의 어류와 광천읍의 젓갈 및 김 등 앞으로 홍성지역 전체농가가 참여하게 될 것이다”라며 “빨간 장터가 지역농산물 판로확대에 기여하고 텃밭에서 손수 정성껏 기른 농산물을 가지고 나오신 어르신들이 손주들 과자 값도 벌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삶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전 위원장은 빨간장터를 빗대어 한마디로 ‘곰지다’라고 표현했다.

‘곰지다’는 것은 ‘알차다’라는 뜻의 방언으로 전 위원장 역시 기대이상의 좋은 반응에 놀랍기는 매한가지이다.

전 위원장은 “지역 농산물이 지역에서만 소비되어도 농가에는 큰 도움이 된다. 장터가 활성화되다보면 농가에서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할 것이다.”며 “이는 소비자들은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농가는 판로확대를 통한 소득창출로 이어져 동고동락을 할 수 있는 둥지경제가 이뤄지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음 빨간날에는 여행사 2곳에서 죽도 및 인근 관광지를 여행한 후 장터에 들러 농산물도 구입하고 거북이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빨간 장터의 하루 매출이 1000만원가량 되며 어르신들은 평균 2~10만원의 판매수익을 얻고 있다. 시장과는 달리 자릿세가 없기에 판매 전액이 수익이 된다. 농가에서는 장이 끝날 때 쯤 남은 농산물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빨간장터 운영수익금으로 기부한다. 해서 현재까지 모여진 기부금액만 600만원이나 된다.

전 위원장은 “최근 착한소비, 공정무역 등 가치를 소비하는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빨간장터가 홍성군의 대표적 직거래 농산물 장터가 되어 선도적인 모범사례로 자리 잡길 바란다.”며 “지역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빨간날에 구항면으로 오시면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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