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신 지역 미술관 계약직 택한 청년 예술가, 왜?
대기업 대신 지역 미술관 계약직 택한 청년 예술가, 왜?
  • 이은주 기자
  • 승인 2021.06.03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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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지역을 택하다-7】이응노의 집 정보경 학예연구사
“실현가능성있는 삶에 대한 이끌림...도전해야 기회얻을수 있어"
정 학예사는 대기업의 예술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정규직 두 곳과 이응노의 집 계약직 큐레이터에 응시한 결과, 모두 합격하게 되었다. 정 학예사는 고민할 것도 없이 이응노의 집을 선택했다. 계약직이라는 불안감보다 창작예술가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정 학예사는 대기업의 예술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정규직 두 곳과 이응노의 집 계약직 큐레이터에 응시한 결과, 모두 합격하게 되었다. 정 학예사는 고민할 것도 없이 이응노의 집을 선택했다. 계약직이라는 불안감보다 창작예술가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2014년부터 2년간 홍성전통시장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작가와 큐레이터로 참여해 활동했던 청년이 6년 후 홍성을 다시 찾아 정착하게된 것은 당시 시장사람들이 청년 예술가에게 보내준 관심과 응원, 즉 더불어살아가는 따뜻한 정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이응노의 집에서 학예연구사로 근무하게 된 정보경(39)씨는 “홍성을 다시 찾게 된 계기가 당시, 설치미술 작품인 배를 제작하던 중 패트병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된 시장사람들이 한아름 모아서 가져다 주시는 등 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편하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준 정에 대한 이끌림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도시청년인 정 학예사와 홍성과의 첫 인연은 2013년, 홍성에서 있었던 친구 결혼식에서 사회를 보며 시작됐다. 이후 홍성에 다시 올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정 학예사는 불과 1년 후 레지던시 작가로 또다시 홍성과 인연이 되었고 2015년 전국문예회관활성화 사업에 참여하면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가족 중 매형이 홍성(광천) 출신이다.

이렇듯 홍성과의 남다른 인연을 맺게 된 정 학예사는 참여했던 사업이 끝나면서 홍성을 떠나 전라도 익산문화재단과 창작스튜디오 등 도시에서 레지던시 작가와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지내다 경기도의 문화예술관련 연구소에서 전문연구원으로 스카웃 되어 근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근무한지 3년 7개월만에 정 학예사는 과감히 퇴사를 결정했다.

정 학예사는 “창작예술가로 활동하다 회사에 얽매여 있다 보니 창작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가 없었다.“며 ”연구원으로 재직 중 비영리법인단체 ‘아트베이스캠프’를 설립해 부안 휘목미술관과 서울 아츠스테이갤러리에서 기획전시를 하고 도록제작 등 출판사를 운영하며 창작 활동을 하던 중 보다 전문적으로 사업을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연구원을 퇴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만삭이었던 아내가 출산을 두달 정도 앞둔 상황이었다. 정 학예사는 “퇴직을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저의 포부를 적극 응원해준 사람이 아내이다.”라고 뒤늦게 감사함을 전했다.

하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사업으로 전라도 순창에서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컨설팅을 담당하며 지내던 중 조산기가 있었던 아내의 출산과 함께 두 달여 동안 병원에서 지내면서 창작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후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에 단순 일자리를 알아보았지만 “예술가로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아내의 적극적인 만류로 잠시 접었던 예술가로서의 삶에 재도전했다.

다시 용기를 얻은 정 학예사는 대기업의 예술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정규직 두 곳과 이응노의 집 계약직 큐레이터에 응시한 결과, 모두 합격하게 되었다.

정 학예사는 고민할 것도 없이 이응노의 집을 선택했다. 계약직이라는 불안감보다 창작예술가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더욱이 6년전 정 학예사에게 전해준 홍성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망설임 없는 선택을 하게 한 것이다.

정 학예사는 “이응노의 집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한지 두달여가 지난 현재 저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며 “이곳은 청년 예술가들이 설 수 있는 넓고 큰 무대와 미완성인 무대를 함께 만들고 채워줄 주민들이 있다. 앞으로 20여년은 홍성을 떠나지 않고 정착해 살고 싶다”고 만족해 했다.

정 학예사는 이응노의 집에 대해 잘 모르는 전국의 예술가들에게 시설 등 외형이 아닌 그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아직 열어보지 못한 상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이다.
정 학예사는 이응노의 집에 대해 잘 모르는 전국의 예술가들에게 시설 등 외형이 아닌 그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아직 열어보지 못한 상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이다.

정 학예사는 이응노의 집에 대해 잘 모르는 전국의 예술가들에게 시설 등 외형이 아닌 그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아직 열어보지 못한 상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이다.

정 학예사는 “지역적인 홍보가 우선이다.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며 “지역의 전문예술단체와 지역작가, 청년활동가 등과 함께 연계해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후 확대해서 충남도내 사립 미술관과 인프라 교류 등 전국 단위 사업을 추진해 전국 예술가들과의 소통으로 이응노의 집을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 학예사는 행정과 예술가들의 중간 매개체가 되겠다는 각오이다.

레지던시 작가이자 사업 경험이 있는 정 학예사는 “전문 예술가로서 행정의 입장에서 사업을 하며 일련의 과정을 겪어봤기에 문화예술이라는 장르를 두고 행정과 예술가들의 견해차이를 균형감 있게 조율해 모두가 만족스런 결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실패두려워 도전안하면 기회얻을수 없어
지역의 정해진 틀안에 청년들 가두지 말아야

청년 예술가들이 도시를 떠나 지역에 정착하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는 데 대해 정 학예사는 “청년들이 지역정착을 망설이게 되는 것은 과연 기회가 있을것인가 라는 것이다.”라며 “본인의 선택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도전해야 한다. 실패하는 것이 두려워 도전조차 하지 않은 것은 결국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사전 지역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본인의 재능을 지역에 맞게 접목시켜 실현가능성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 학예사는 청년들에 대한 지역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완성된 결과물에만 집중해 청년들을 평가하기보다는 결과물을 완성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채점해달라는 것이다.

정 학예사는 “청년들은 당장에 무엇이든 이뤄내고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생각과 기대는 결국 청년들을 좌절하게 한다.”며 “결과보다는 얼마나 실현가능성이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청년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타 지역과 차별화된 다양한 기준을 정해 지원을 해야 한다.”며 “지역은 사각형이라는 프레임을 정해놓았기에 원형과 별모양의 프레임을 제시하는 청년들의 다양한 창의력은 번번이 무시되어 청년들의 지역정착을 막고 결국 도시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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