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서 외국인까지 지역을 잇는 ‘홍성공유냉장고’
아이에서 외국인까지 지역을 잇는 ‘홍성공유냉장고’
  • 이은주 기자
  • 승인 2021.08.0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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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의류, 생필품 등 나눔으로 공동체 활성화 기여 ‘톡톡’
지난 5일, 결성점에 태국인 여성 2명이 필요한 물품을 공유해가면서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감사인사를 하고 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송경섭 목사
지난 5일, 결성점에 태국인 여성 2명이 필요한 물품을 공유해가면서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감사인사를 하고 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송경섭 목사
지난 7일, 1호점인 커피오감점 공유냉장고에는 이탈리아에서 크리스마스에 즐겨먹는 파이와 서툴지만 한글로 씌여진 손 편지를 누군가 두고 갔다. 손 편지에는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크리스마스 식사 후에 이거 먹어요. 맛있게 드세요. 유효기간 11월 27일”이라고 쓰여져 있다. ⓒ김두홍 대표
지난 7일, 1호점인 커피오감점 공유냉장고에는 이탈리아에서 크리스마스에 즐겨먹는 파이와 서툴지만 한글로 씌여진 손 편지를 누군가 두고 갔다. 손 편지에는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크리스마스 식사 후에 이거 먹어요. 맛있게 드세요. 유효기간 11월 27일”이라고 쓰여져 있다. ⓒ김두홍 대표

홍성지역에 남은음식을 나눔음식으로 전환해 정을 나누는 공유냉장고가 지역사회 공동체를 이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4월 12일, 홍성군에 1호점 청년모임 ‘잇슈’의 ‘커피오감 점’, 2호점 ‘대한적십자사 홍성지구협의회 점’을 동시에 개점하며 탄생한 공유냉장고는 현재 홍성여성농업인센터점(3호점)과 결성점(4호점)이 추가로 개점했다.

지난 7일, 1호점인 커피오감점 공유냉장고에는 이탈리아에서 크리스마스에 즐겨먹는 파이와 서툴지만 한글로 씌여진 손 편지를 누군가 두고 갔다.

손 편지에는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크리스마스 식사 후에 이거 먹어요. 맛있게 드세요. 유효기간 11월 27일”이라고 쓰여져 있다.

이를 확인한 커피오감점 김두홍 대표는 “엄청 더운날씨 속에 이탈리아 친구가 다녀간 듯 하다. 처음보는 디저트가 공유냉장고에 있다.”라는 소식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역 대학교 유학생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냉장고를 알게된 후 수시로 이탈리아 음식과 생필품을 놓아두고 필요한 것을 가져가고 있다는 것.

김 대표는 “외국에서 공유냉장고에 대한 인식이 높다보니 지역 내 외국인들도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는 듯하다. 어떤 분은 공유냉장고를 이용하면서 모르는 사람과 서로 소통을 주고받는 느낌으로 펜팔하는 것 같다고 하신다.”며 “대형마트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분들도 공유냉장고에 납품하고 남은 물건들을 공유하고 계신다. 음식 낭비도 줄이고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공유냉장고를 많이 이용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결성감리교회에서 관리주체로 참여한 4호점인 결성점에는 음식을 나누는 공유냉장고 외에도 의류와 생필품 등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200여명의 태국인 등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결성면의 특성상 결성감리교회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 7시, ‘태국인의 날’을 정해 필요한 물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평일에 일하는 것을 감안해 주말에 그들만의 물건을 가져다 놓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5일, 결성점에 태국인 여성 2명이 필요한 물품을 공유해가면서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감사인사를 하고 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이에 송경섭 목사는 "새 옷을 사준 것도 아닌데 고마움을 표현하는 그분들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분들께 도움이 된다면 더 수고하고 더 섬기리라 다짐하게 된다.“며 ”한국에서 건강하게 돈 많이 벌어서 고국에 가서는 새 옷에 새 집짓고 행복하게 사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결성점에는 결성마을학교 어린이들이 손수 만든 아로마 향수와 한 교인이 생일을 맞아 미역 500개를 기증하는 등 교인들이채소와 과일 등을 한가득 들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교회를 방문하고 있다. 어린아이에서 어르신, 외국인들까지 함께 정을 나누는 공유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송경섭 목사는 “홍성에는 농축산업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며 “고령화된 농촌에서 고된 노동력을 제공하고 지역상권도 살리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는 홍성공유냉장고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 목사는 추수감사절에 코로나가 진정되면 태국인들과 함께 서로의 음식을 나누며 소통하는 축제를 계획 중이다.

지역내 곳곳에 공유냉장고를 통한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백진숙 대표는 결성점에 모자와 옷, 신발 등을 기증하는 등 외국인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공유냉장고의 문을 활짝 열어주고 있다.

백진숙 대표는 "4월에 1호점과 2호점을 개점한 후 참여도가 높아 6월에 3호점과 4호점을 개점했다. 9월 중순께 3개점을 추가로 오픈 준비 중이다.“라며 ”공유냉장고가 우리들 마음속에 있었던 정을 밖으로 꺼내어 많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이는 현재 1호점부터 4호점까지 4명 관리자들 덕분이다. 이분들이 공동체의식과 소외된 분들에 대한 배려심이 깊다보니 더욱 더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홍성공유냉장고의 차별성은 기관이 아닌 민간 비영리단체에서 운영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유냉장고는 공동체 활동 속에서 소외된 이웃들이 위축되지 않고 낙인효과를 없애자는 취지도 담겨있다.”며 “하반기에는 지금까지 운영해 온 것을 점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해 다양한 공유활동을 준비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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