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자살사망률 고위험지역 홍성·예산...예방 대책마련 시급
여성자살사망률 고위험지역 홍성·예산...예방 대책마련 시급
  • 이은주 기자
  • 승인 2021.09.11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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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자조모임 신설·우리마을 주치의 제도 확대 필요
여성의 경제, 고용 위한 긴급대책 수립·생활지원 확대해야
민주당홍성예산위원회 김기철 홍성군의원, 토론회 개최

#정희(가명)는 부모님 이혼 후 외가댁에 아픈엄마와 함께 살았다. 엄마는 본인이 병으로 아플때마다 영희에게 같이 죽자며 약을 수시로 권했다. 결국 엄마는 돌아가셨고 정희는 아빠 친척집을 전전하며 마음둘 곳 없는 생활을 하다 결국 자살을 시도했다. 몸과 마음의 병을 얻은 채 병원생활을 지속하던 중 길에 버려진 고양이를 식구를 맞이하면서 외로움을 겨우 견디며 힘겹게 살아오다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도움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하였고 지금은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진(가명)이는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 이혼 후 심하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와 함께 15년을 살았다. 엄마의 우울증 증세가 심해서 현진이에게 폭언과 학대를 일삼았고 계속되는 가정폭력에 현진이는 자해자살사이트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20살 때 죽기로 결심하고 자살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진이 곁엔 현진이를 걱정해주는 아빠와 남자친구,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있었고 그들의 도움으로 미소를 찾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일을 하며 마음의 힘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홍성군의회 김기철 의원의 제안으로 홍성군의회 김기철 의원이 주관한 ‘홍성·예산지역 여성의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충남내포혁신플랫폼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지난 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더불어민주당 홍성예산여성위원회 김기철 홍성군의원이 주관한 ‘홍성·예산지역 여성의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충남내포혁신플랫폼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충청남도의 자살사망률이 전국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가운데 고위험지역인 홍성과 예산지역 여성들의 자살예방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충남의 자살사망률은 35.2명으로 전국 1위를 기록해 2000년 이후 강원도, 충청북도와 함께 자살사망률 상위권 지역으로 분류됐다.

충남여성정책개발원 맹준호 연구위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9년 충남도내 시군별 여성의 자살사망률이 서산시가 29.8명으로 전체 1위, 태안군이 29.1명으로 2위, 홍성군이 23.9명으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2018년 대비 2019년 자살사망률은 보령시가 8.2명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예산군은 3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홍성군은 2018년 대비 2019년 여성 자살사망률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에 지난 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더불어민주당 홍성예산여성위원회 김기철 홍성군의원의 주관으로  ‘홍성·예산지역 여성의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충남내포혁신플랫폼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토론회는 마음두레연구소 김도윤 대표와 충남여성정책개발원 맹준호 연구위원의 발제에 이어 김기철 의원이 좌장을 맡고 장일식 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원, 문종석 정신재활시설 라온의 집 원장, 조현옥 청운대학교 교수, 백진숙 혜전대학교 교수, 조현정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회에 앞서 홍성군의회 김기철 의원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여성들의 우울감이 급증하고 또한, 온라인 수업 등으로 일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우면서 청소년들의 느끼는 좌절감과 우울감이 커지고 있다.”며 “실업 및 악화된 가정경제가 곧 심리적, 정신적 질환으로 이어지고 특히, 홍성·예산지역은 초고령화 되어감에 따라 노인 중 특히 여성노인의 영양 불균형에 따른 정신 및 신체건강의 악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자살시도는 경미하지만 여러 차례 이뤄지며, 결국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홍성·예산지역의 여성들의 자해 및 자살 시도의 비율이 높은 원인을 찾아 자살예방을 위한 교육 및 프로그램을 개발해 신체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으로 건강한 여성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토론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여성 자조모임 신설·우리마을 주치의 제도 확대 필요

주제발표에 나선 김도윤 마음두레연구소 대표는 “자살이 무서운 것은 자살이 자기를 보존하는 생명체로서 가장 기본적인 본성을 저버리는 것이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1년에 백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본성을 저버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새로운 해결능력을 만들어낸다며 자살예방 정책을 제언했다.

김 대표는 “안전하고 행복한 성장기(아동청소년기)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가족 및 학교교육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또한, 원룸, 오피스텔, 소규모 다세대주택단지를 대상으로 지원 서비스 홍보 및 접근성 제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여성자살예방을 위해 “여성의 경제, 고용을 위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긴급대책을 수립하고 생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또한 심리적 어려움(우울, 불안)에 대한 상담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여성 자조모임 신설 및 홍보강화, 모임에 대한 지자체 및 관련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회적고립을 예방하기 위해서 “비대면 소통창구를 마련하고 찾아가는 서비스(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여성단체)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맹준호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은 “고위험군 발굴을 위해 정신건강검진을 통하여 우울증 고위험군을 스크리닝하고 있으나 건강검진과 함께 우울증 고위험군에 대한 촘촘한 스크리닝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확대가 필요하다.”며 “우리마을 주치의제도 확산을 통해 신체적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역의 청년 1인가구 중 취약계층(무직 및 실직,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중심으로 사회관계망 지원사업을 강화하고 또래 매칭 지원으로 청년 1인가구의 사회관계망 형성과 자살예방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0년 상반기 전체 자살시도자 32.1% 20대 여성
소통창구 마련, 지속적 안부와 관심 사항 공유해야

이어진 토론에서 장일식 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원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통계분석팀의 전국 평균 연계율을 보면 2019년 20대 여성의 자살률은 전년 대비 25.5% 증가했고, 2020년 상반기 전체 자살시도자의 32.1%가 20대 여성이라는 점은 충격적이다.”라며 “심리적 어려움은 다양한 원인에서 시작되어 복합되면서 여성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현재 정신과적인 치료와 상담을 먼저 떠올리지만 관계 형성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자조 모임 신설과 확대는 좋은 아이디어인데, 실제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대면 접촉이 어려운 만큼 그 대안으로 소통창구를 마련하여 지속적으로 안부와 관심 사항을 공유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라며 “일본의 고령 남성들을 커뮤니티에 참여시키기 위해서 술 마시는 모임이 있다. 홍성과 예산군의 여성들을 연령대별로 소소한 일상과 가족, 취미, 관심 사항과 고민을 들어주는 다양한 연결고리를 만들고, 이를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재활시설 라온의집 문종석 원장은 “2019년 기준으로 홍성과 예산은 10만명 당 40명과 45.5명으로 이는 전국(26.9) 및 충남(35.2)보다 매우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정신건강(33%). 신체건강(23%), 경제문제(17%)가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이는 한가지의 문제가 아닌 경제·사회·문화등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이 심화되어 2차적인 문제로 확대되는 상황이며 이는 자살의 주원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무엇보다 자살에서 초기 발견과 접근, 치료연계가 중요하지만 자살 주원인 1위인 정신건강문제는(우울등) 주변 및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며 자살예방사업의 대상자가 전 국민으로 민·관의 여러분야에서 이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 원장은 “초기발견과 치료의 시기를 놓쳐 정신, 경제, 신체적 문제가 심화된 경우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재활과 회복을 위한 지역사회 내에서 정신보건 및 의료시설이용이 필요하다.”라며 “초기 발견 및 예방을 위한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자살예방업무 인력 및 예산 확충과 생애주기 및 재활과 회복을 위한 정신재활시설 유형 확충,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내 정신건강증진체계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실무자 대상으로 연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서비스 제공 역량 강화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자살시도율,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높아
자살자해예방프로그램 정규수업에 편성해야

조현정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8년 청소년 자살계획률은 여학생(5.6%)이 남학생(3.3%)보다 2.3%p 높았고, 2017년 대비 여학생은 1.3%p 증가, 남학생은 0.2%p 감소했다. 최근 5년간 여학생의 자살계획률은 2015년에 4.1%로 감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남학생은 2016년에 소폭 증가를 제외하고는 감소 추세이다.

2018년 청소년 자살시도율은 여학생(4.1%)이 남학생(2.2%)보다 1.9%p 높았고, 2017년 대비 여학생은 0.9%p, 남학생은 0.2%p 증가하였다. 여학생은 중학생(5.0%)이 고등학생(3.2%)보다 1.8%p 높았고, 남학생은 중학생(2.3%)이 고등학생(2.1%)보다 0.2%p 약간 높았다.

최근 5년간 여학생의 자살시도율은 2016년에 2.7%까지 감소하였으나 이후 다시 증가하여 2018년에 4.1%로 높아졌고, 남학생은 약 2%의 자살시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앞서 김도윤 대표가 제언한 안전하고 행복한 성장기(아동청소년기)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이유이다.

조현정 센터장은 “청소년 자살과 자해를 예방하고 효과적 개입을 위해 자살, 자해 고위기 청소년에 개입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며 “자해행동청소년, 자살생존청소년, 자살자해 징후를 보이는 고위험 청소년 등으로 대상을 세분화하고 이들을 위한 치료적, 예방적, 교육적 측면으로 구분하여 개입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더불어 고위기청소년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관리할 상담사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청소년 자살사건 발생 시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유관기관 전문가 T/F팀을 신설하여 심리적 부검과 자살유가족, 자살사건 목격자들을 위한 체계적인 PTSD상담 강화 등 위기대응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라며 “20대 자살시도자에서 이전 자살시도 경험이 49.9%에 이르므로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한편, 초기청소년기부터 자살자해예방프로그램을 학교차원에서 정규수업으로 편성하여 실시해야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 센터장은 “온라인상의 무차별적인 악성댓글과 자살과 자해를 조장하는 사이트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유해 사이트 및 매체 차단을 위한 전문 모니터링단을 운영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자살 사건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 중요
모방 자살 유발 우려, 자각과 주의 필요

혜전대학교 백진숙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연구팀은 ‘호주-뉴질랜드 정신의학 저널’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최근 자살률이 줄어든 배경으로 언론의 보도변화를 꼽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자살사망자 감소 현상에 대해 2012년 자살예방법 시행과 더불어 2013년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마련한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언론현장에 적용된 효과로 분석했다.

백 교수는 “언론에서 유명인의 자살을 다룰 때 ‘자살보도 권고기준’에 따라 보도방향을 바꾸자 일반인의 자살률이 크게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라며 “자살을 묘사하는 언론보도를 자제하고 신중히 전하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파파게노 효과’가 과학적으로 규명된 셈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법적·제도적 정비와 더불어 자살을 대하는 언론의 노력으로 지난 10년간 더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지만, 2018년 이후 유튜브나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더 쉽고 다양한 경로로 유명인의 자살 관련 소식이 전해지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자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백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의 시정권고를 받은 보도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6%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언중위의 심의기준을 위반해 시정권고를 받은 보도 건수는 707건이며, 자살사망 보도 심의기준 위반은 156건(22.1%)에 달했다. 2020년 상반기 자살보도 심의 기준 위반은 43건(7%)에 불과했다.

백 교수는 “근거중심 지역사회 맞춤형 자살예방 대책과 “지역사회 복지 인센티브를 통한 사회 연결성 증진 방안 등이 요구된다.”며 “코로나 블루 등 심리적 고립감으로 인한 자살이 증가하면서 관련 보도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인 데 대하여 자살자 신상을 공개하거나 자살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할 경우 모방 자살 유발 우려가 큰 만큼 미디어의 자각과 주의가 필요하다. 미디어의 집단지성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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