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독지가, 시골아이들 운동화 세탁을 후원한 까닭은?
익명의 독지가, 시골아이들 운동화 세탁을 후원한 까닭은?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8.04.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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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시골의 논밭을 뛰어다니며 놀다보면 어느새 운동화는 흙투성이로 변신해 있어 어머니께 혼날까봐 걱정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기억이 있다.

도시 아이들과는 다르게 시골아이들은 아스팔트가 아닌 흙을 밟고 자라다보니 집에서는 운동화 세탁하는 것이 일이다. 더욱이 농번기나 맞벌이 가정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더러워지는 운동화를 세탁하기에는 벅차다.

이런 연유에서 일까? 홍성군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운영하는 운동화·이불빨래방 ‘조양크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며 모교 학생들의 운동화 세탁을 위한 후원을 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이 후원자는 자신의 모교가 금마초등학교와 금마중학교라는 것만 밝혔다. 그러면서 모교의 후배들이 운동장에서 밝고 건강하게 뛰어놀기를 바라는 마음에 후원을 결심하게 됐다면서도 속 깊은 뜻은 따로 있었다.

그 뜻은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 마련된 장애인보호작업장에 작은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다.

지난 3월 12일 개소한 홍성군장애인보호작업장 운동화·이불 전문 빨래방 ‘조양크린’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 지역사회에서 맡겨 준 세탁물을 통해 얻어진 수익금 전액이 장애인의 급여 및 훈련비 등 직업재활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보호작업장의 이용 장애인은 22명으로 성인 지적·발달장애인(18세 이상)이 입소하여 직업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오롯이 자체수입으로 장애인들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더 많은 장애인고용과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려면 사업 활성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익명의 독지가는 운동화 세탁으로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모교 후배들이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개선과 함께 아이들이 새하얀 운동화를 신고 꿈과 희망을 키우며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함과 장애인보호작업장 수익창출에 도움을 줘 장애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자립해 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었다. 한가지의 후원으로 1석 4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익명의 독지가는 “장애인들이 운동화를 세탁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모교의 후배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과 함께 운동화를 통해 깨끗한 마음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운동화 빨래방을 통해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과 장애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널리 전달되어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사는 따뜻한 세상이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장애인보호작업장 김호현 원장은 “익명의 후원자와 같이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운동화 세탁후원이 후원자의 모교 후원, 학생들의 장애인 인식개선, 장애인 일자리 창출의 효과뿐만 아니라 모교와 장애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동시에 전할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4월 20일은 제38회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차별이 아닌 차이라 생각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그들이 차별을 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인정받아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배려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익명의 독지가가 전한 온정의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길 바래본다.

장애인보호작업장의 모교후원자 세탁후원 문의는 조양크린 전화(631-8574, 7008)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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