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22년 외길인생 “편견 없는 세상을 꿈꾼다”
사회복지 22년 외길인생 “편견 없는 세상을 꿈꾼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7.04.21 00: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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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장애인의 달 특별 인터뷰>홍성군장애인복지관 장미화 사무국장

1995년 첫 사회복지 업무…장애인들 곁 지키는 수호천사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위해 정성껏 자수 수놓아 '기금마련'

홍성군장애인복지관 장미화 사무국장

꽃보다 고운 그녀의 마음이 웃는다. 그녀의 마음이 웃으면 장애인들이 행복해진다. 그녀의 마음이 슬프면 장애인들도 함께 슬퍼진다. 22년을 한결 같이 사회복지업무를 보며 외길인생을 걸어 온 홍성군장애인복지관 장미화 사무국장. 4월 장애인의 달을 맞아 장애인과 함께 해온 22년간의 그녀의 삶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같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해 주는 편견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장 국장의 첫 사회복지 업무는 1995년 시각장애인 독거노인과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광천에 거주하는 복양례 할머니는 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 외부출입을 하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었다. 재가복지업무를 위해 찾아간 장 국장에게 할머니는 경계심을 갖고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런 할머니가 사탕도 건네주며 환한 미소로 반기게 된 것은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였다. 장 국장의 지속적인 방문과 정성스런 보살핌에 마음의 빗장을 풀게 된 것이다.

장 국장은 6년간 재가장애인 복지 업무를 하면서 4~5명의 독거노인들의 임종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참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고단했던 삶이었지만 마지막 가는 길 호스피스 병동에 홀로 누워 제 손을 살포시 잡은 채 평온한 모습으로 가시는 것을 보며 이 길이 내가 살아가야 할 운명과도 같은 길이구나라고 결심 했습니다. 지역 복지의 꽃은 재가복지입니다. 사회복지서비스 수혜자에게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도 시어머니를 모시고 3남매를 키우며 살던 평범한 주부였다. 2001년 장애인복지관으로 자리를 옮겨 20여년간 장애인들과 동고동락하면서 한없이 자상한 엄마가 되기도 하고, 든든한 누나가 되기도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부당한 일이 발생하면 여리고 고운 외모와는 달리 억척스런 싸움꾼이 된다.

지역에서 2002년부터 4~5년 간 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지만 피해 여성 장애인들의 인권을 대변해 줄만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했다. 이에 장 국장은 홍성경찰서와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을 수시로 찾아다니며 사건에 대한 당위성과 여성장애인들의 사정을 피력했다. 장 국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여성장애인들이 차츰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이후 장 국장은 멈추지 않고 사건해결과 정서안정을 위해 전문 기관(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여성 공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대한법률구조공단 천안지사, 아산장애인성폭력상담소)과 연계해 여성장애인들을 쉼터 및 생활시설에 입소시켜 불안감 해소와 가족파괴를 막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장 국장의 이러한 노력 탓인지 지역사회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홍성군 성폭력 대책위원회(장애인복지관, 시각장애인협회, 지체장애인협회, 농아인협회, 홍성YMCA, 홍성성폭력상담소, 장애인부모회, 다님길장애인자립지원센터)가 발족되어 홍성군관내 여성장애인들은 물론 비장애인여성들의 성폭력예방방지 및 재발방지대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여년을 사회복지 업무를 하며 가장 보람됐던 일을 묻자 현재 충남도청 내에서 구두방을 운영하고 있는 지적장애인 김광호·이미나 씨 부부의 이야기를 꺼냈다.

2007년 당시 복지관 내 장애인보호작업장인 운동화 빨래방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직업 재활교육을 받으며 사랑을 싹 틔웠다. 5년간의 직업재활교육을 받는 동안 단 한 번의 게으름도 없이 성실하게 근무해 온 두 사람이 2013년 백년가약을 맺으며 행복이 시작됐다.

충남도청 내 구두방을 운영하며 월 150만원의 소득으로 6개월 만에 아파트 전세보증금도 마련하고 저축은 물론 문화생활도 즐기며 당당히 독립된 가구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를 흐믓하게 지켜봐 온 장 국장은 직업능력이 낮은 중증장애인들이 직업을 갖고 생활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의 행복이 결코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라 말한다.

“도청 공무원들의 구두를 정성껏 닦아 실수 없이 주인에게 배달해야 되는데 글을 잘 모르는 광호 씨에겐 너무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광호 씨는 이름과 얼굴을 매치시키기 위해 글자를 그림으로 이해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한 결과 이제 어느 부서에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항상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은 채 밝고 긍정적으로 생활할 것만 같은 장 국장에게도 일에 대한 후회와 절망감에 빠진 적이 많았다고 한다.

“다음 생에서 이 일을 다시 선택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보람된 일이지만 제도적으로 막히는 부분이 많다보니 정보에 대해 무지한 상태인 장애인들은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해결해 주지 못할 때에는 그 분들께 죄스러운 마음에 제 자신이 용납이 되지 않아 포기하고 싶을때도 많았습니다.”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발달장애서비스 등 제도적 장치에 대해 전혀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게 해주기 위해서는 장 국장의 하루는 24시간으로 모자라다. 더욱이 예산부족으로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지 못할 때는 안타까움에 눈물을 훔치며 밤을 지샌 적도 여러 날이다.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으로는 수혜자들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복지는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장 국장의 이러한 노력이 인정받아 2008년, 2012년 충남도지사 표창수상과 2011년 충남교육청 표창을 수상한데 이어 지난 달에는 지역 사회복지 실천에 앞장 서온 공로를 인정받아 제11회 사회복지사의 날을 맞아 충청남도사회복지사협회장 표창을 수상했다. 이와 함께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오는 26일 제37회 장애인의날 기념식 및 제25회 홍성군 장애인 한마당 축제에서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게 된다.

장 국장이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정성껏 수놓은 자수

최근에는 장 국장에게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또 하나 생겼다. 바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는 것이다.

“장애인복지현장에서 일 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생전처음 들어보는 희귀질환이나 염색체 이상 등의 질병으로 복지관을 찾아오는 아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어 치료방법조차 찾지 못하기도 하고 또 겨우 수술을 받아도 계속 재활치료를 받아야만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어린이재활병원이 단 한곳뿐이다보니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200여개의 어린이 재활병원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민간차원에서 모금 해 2016년 4월 28일 개원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단 한곳이 전부다. 그러다보니 지방에 거주하는 재활난민은 가까운 병원이 없어 오늘도 아이들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먼 길을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사회복지사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연히 배운 프랑스 자수가 아이들을 위해 병원을 건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또 제대로 된 치료를 마음 놓고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다행히도 지난 해 9월 26일 ‘지방어린이재활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억척스런 탓에 때론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지만 사회복지 업무가 숙명인 듯 받아들이며 맡은 바 소임이 끝날 때까지 장애인들의 삶과 함께 어우러져 살고 싶다는 장 국장의 눈가에 어느새 이슬이 맺혀 있다. 그녀의 눈물이 아름다운 이유는 홀로 고군분투하며 살아 온 그동안의 고단함과 보람됨이 함께 묻어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기 때문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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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하 2017-04-21 13:11:43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는 아름다운 그녀
아름다운 꽃 멋진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