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촌마을 어부의 아들, 강화도 처녀 만나 만선 꿈 이루다
작은 어촌마을 어부의 아들, 강화도 처녀 만나 만선 꿈 이루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7.08.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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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부부가 사는 법> 서부면 어사리 최장갑·황인해 씨 부부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 작은 어촌마을에서 태어난 어부의 아들 최장갑(54·선장)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가업인 어업을 뒤로한 채 1980년대 초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당시 어린 나이에도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인해 어획량이 줄어 어업에 대한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에 3대째 가업을 이어야 함에도 포기한 채 최 씨는 어촌을 떠났다.

직장을 다니며 20여년의 도시생활 중 최 씨는 같은 직장에 근무하던 곱디 고운 꽃다운 나이의 강화도 처녀 황인해(51·서부면 어사리 장미수산 대표)씨에게 한 눈에 반해 3년의 구애 끝에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부인 황 씨는 최 씨가 무뚝뚝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모습에 반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던 황 씨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남편의 보호(?) 아래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왔다.

세 번의 사업실패 후  선장·식당 사장으로 인생역전

도시에서 행복한 삶을 이어갈 것만 같았던 이들 부부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은 가전제품 판매, 의류판매 등 세 번의 사업에 도전했지만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실패하면서 좌절을 겪게 된 최 씨는 어촌으로 귀향을 고민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아버님의 병환으로 인해 귀향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최 씨는 부인 황 씨를 설득했지만 도시생활에 익숙했던 부인은 낯 설은 어촌에서의 삶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 먼저 귀향하게 된 남편과 주말부부로 지내면서 이혼까지 생각하며 완강하게 버티던 황 씨는 아이들을 위해 속아보자 하는 마음에 남편을 따라 어촌마을로 오게 됐다.

부인 황 씨는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누구나 불안감을 갖기에 처음에는 어촌에서 살아가야 한다는데 두려웠지만 이제는 고향처럼 편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언제 적응하나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 이어질 것 같았던 부부에게 바다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줬다. 귀향 후 아버님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시고 부부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고 아버님의 대를 이어 어부의 삶을 시작했다.

어릴 적 떠나 온 바다이기에 익숙하지 않을 것 같았던 어촌 생활은 뼈 속까지 어부의 아들이었던 최 씨에게는 금방 익숙한 삶이 되었다.

최 씨는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논과 밭을 둘러보고 어선을 타고 고기잡이에 나선다. 만선을 꿈꾸며 바다로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부인 황씨는 어사리 바닷가 한 귀퉁이에 하우스로 마련한 수산물 판매장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먹을 줄 만 알았지 직접 살아있는 우럭 등 물고기 회를 뜬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황 씨는 처음에는 아나고에 물리고 갑오징어에 베여 손가락에 피가 흘러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 도시처녀였던 황 씨에게는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삶이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능수능란한 솜씨로 회를 뜨고 맛깔 난 국물 맛을 자랑하는 우럭 매운탕을 끓여 손님들의 입맛을 자극하며 싱싱한 해산물과 매운탕을 맛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단골손님들이 찾고 있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그렇게 10여년을 성실하게 살아온 결과 1997년 비닐 하우스로 시작했던 수산물 판매장을 번듯하게 건물을 지어 수산물 식당을 운영하며 기반을 다졌다.

선박을 소유한 채 어엿한 선장이 돼 식당에서 사용될 수산물 80%를 직접 공급하고 있다는 남편 최 씨는 “투자비용, 유류대 등을 제외하면 이익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지만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어 사람 사는 맛이 난다”고 만족해 한다.

하지만 마냥 탄탄대로를 걸으며 행복할 것만 같았던 부부에게 2013년, 어머님이 급성 위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게 되고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선착장에 정박해 놓은 배가 뒤집히면서 엔진이 고장나 수천만원의 엔진 수리비를 부담해야 하는 등 부인 황 씨에게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이들 부부에게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다.

설상가상으로 황 씨의 정성스런 간호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은 수술 후 3년이 되던 지난 해 세상을 떠나셨다. 이후 황 씨의 우울증이 점점 더 심해지며 이들 부부에게는 환한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부부는 모든 일손을 놓고 무작정 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지에서 부부는 힘들었던 지난 날을 회상하며 심기일전해서 다시 살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일상으로 돌아와 선박 엔진을 수리하고 식당 집기를 새롭게 정리하는 등 분주한 나날을 보내며 새 삶을 꿈꾸는 부부의 얼굴에 다시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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