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인도에도 약육강식의 세계는 있다.
작은 무인도에도 약육강식의 세계는 있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7.08.07 2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갈매기 몰아내고 섬 점령한 왜가리·가마우지 ‘어민들에게도 불청객’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에서 배를 타고 5분정도 들어가면 ‘죽도’에 다다를 수 있다. 죽도는 천수만과 접해있으며 홍성군에서는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이다. 섬에 대나무가 많다하여 ‘대섬’ 또는 ‘죽도’라 일컫는다. 죽도는 크고 작은 섬 이 모두 12개 이며 본섬에 사람이 살고 있다.

죽도 주변 작은 섬 무인도에도 약육강식의 세계는 존재한다.

죽도 바다 위를 낮게 나는 한 무리의 검은 새들. 작은 무인도에 빼곡히 들어앉아 진을 치고 있는 하얀 새들. 긴 부리에 잠수를 잘해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가마우지와 왜가리이다.

죽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새들이 날개짓하며 날아오르는 모습 등이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사실 이 섬에는 숨겨진 아픔이 있다.

왜가리와 가마우지 <출처 국립과학박물관>

불과 수년전만 해도 이 작은 무인도에는 사람이 살지 않고 해안 가까이에 있는 섬이다보니 새들이 모여 들면서 갈매기들이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터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왜가리와 가마우지에 의해 둥지를 빼앗기고 갈 곳 없는 갈매기들은 섬을 떠나 남당항과 방파제 주변을 맴돌고 있다.

왜가리는 여름철새이지만 최근에는 월동하는 개체군이 점차 증가하여 일부는 텃새이기도 하다. 부리는 크고 길며, 뾰족하여 물고기를 잡기에 알맞다.

왜가리와 함께 섬을 점령한 가마우지는 가마우지과에 딸린 물새를 통틀어 일컫는다. 부리가 길고 끝이 구부러져 물고기를 잡기에 알맞으며,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어 헤엄을 잘 친다. 몸길이는 74~84cm이고 날개 길이는 30~35cm이며 몸 색깔은 청록색을 띤 검은색이다. 바다 가마우지는 해안의 절벽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방파제로 쫒겨난 갈매기 무리

왕성한 번식력과 함께 우리나라 텃새로 정착한 가마우지. 이 가마우지가 갈매기를 몰아낸 것도 부족해 내수면 어업 등에 종사하는 어민들까지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서부면 어사리 어부 최장갑 씨는 “번신력이 강하다 보니 개체수가 금방 수천마리로 늘어나 물 속까지 잠수해 물고기를 잡아먹는가 하면 그물망까지 훼손해 어획량이 감소하는 등 어민 피해가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다.

피해가 이뿐이 아니다.  새들의 분비물로 인해 대나무가 살아남질 못하고 무성했던 대나무 숲은 어느새 황량할 정도로 하얗게 죽어가고 있어 죽도라는 이름을 무색케하고 있다.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자연의 섭리로서 어쩔 수 없겠지만 이들의 횡포에 수난을 겪고 있는 갈매기와 어민들의 고충에 대한 해결책 마련은 필요해 보인다.

약육강식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다스리는 세상을 뜻한다.  우리 사회 또한 사회적, 경제적 잣대로 구분된 강자와 약자가 존재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약육강식, 적자생존, 승자독식이 만연해 있다.  이로인해 사회적 약자들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불합리한 행동들을 가하곤 한다. 

우리는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심코 내뱉은 말과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